비워 둔 자리

사람이 떠난 뒤에는 그 사람이 아니라 자리가 남는다. 습관처럼 보내던 메시지, 괜히 돌아보던 시간, 약속하지 않아도 비워 두었던 저녁 같은 것들.

처음에는 그 빈칸을 급하게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. 무엇이든 밀어 넣으면 덜 허전할 것 같았다. 하지만 성급하게 채운 것들은 내 것이 아니어서 자꾸만 모양이 어긋났다.

이제는 잠시 비워 두기로 했다. 빈자리를 그대로 바라보는 일도 관계를 끝내는 방법 중 하나일지 모른다.